코리빙 하우스 : Innovation OR Transformation ?

2023. 10. 3. 15:45업계 및 시장 분석

 작년 가을 정도였나, 편입 공부(...)와 전공 21학점 그리고 혹시 모를 인턴 준비에 정말 정신없이 보내던 와중, 한 VC 채널에서 배포한 프롭테크 스타트업 정리자료를 본 적이 있었다. 디스코, 알스퀘어(이제는 스타트업이라 보기는 힘든) 등 여러 스타트업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특히 관심이 갔던 기업들이 존재했다. 홈즈, MGRV, 로컬스티치 등 "코리빙 하우스" 비즈니스 모델을 들고 나온 이들이 그것이었다. 

 개인적으로 위워크, 패스트파이브, 스파크플러스 등 코워킹-공유 오피스 사업에 대해 기대가 컸었다. 특히 위워크의 경우 소프트뱅크의 콜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상당히 큰 감명을 받았고, 인사이트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자 리포트도 개인적으로 쓴 기억이 있다.(필자는 위워크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했고,, 지금은 비공개로 돌렸다.) 뭐,, 2023.3Q 지금이야 다들 이 '공유 오피스'가 결국에는 사업 모델의 태생적 한계를 성공적으로 극복해내질 못하고 있다는 컨센을 가지고 있지만, 당대에는 나도 '부동산 스타트업을 해보고 싶다!' 라는 상당히 엄청난(!) 희망을 가질 정도로 큰 임팩트였다. (물론 스파크플러스가 첫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는 점도 알고 있다. 공격적인 확장보다는 우량의 임차 수요를 확실하게 픽스할 수 있는 대기업과의 임차계약에 집중한 전략이 더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상대를 특정하지는 않겠지만, 퀄리티와 퀀티티의 승부에서 결국에는 퀄리티가 앞서는 듯 하다.) (여튼 나도 한국인이기에 토종기업의 선전은 아무래도 기분이 좋다.) 

 그리고 작년부터, 업계는 이제 공유오피스를 넘어 공유주거, "코리빙"에 대해 시선을 모으고 있다. 솔직하게 사업 및 수익 구조에 대해 세부적인 조사 없이 언뜻 봤을 때는 냉소적인 관점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이 "공유"라는 키워드가 과연 어느 정도의 임팩트를 시장에 줄 수 있냐? 라는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물론 공유 오피스가 보여주는 시장에서의 고전이 이러한 선입견의 단초로 작용한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어느 누구도 코비드 팬데믹을 예측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다만 본 리포트에서 필자는 중립적인 시각을 지키고 싶다. 코리빙 기업 및 코리빙 프로퍼티를 기초자산으로 설정한 리츠의 재무제표를 활용해 수익 구조의 이런 저런 면모를 살펴보고, 추가적으로 '한국 주거 시장'이 가지는 일련의 특성과 결부시켜 비즈니스 모델의 강점 그리고 전망을 조심스럽게 제시해보고자 한다. 
 

1) 디디아이에스씨1339 위탁관리리츠
SK디엔디 개발 및 운용, 디엔디인베스트먼트 자산관리, '에피소드 강남 262' 자산을 기초자산으로 설정한 리츠의 재무제표를 먼저 살펴보자. 
 

디디아이에스씨1339 위탁관리리츠 (출처: 국토교통부 리츠정보시스템)
디디아이에스씨1339 위탁관리리츠 (출처: 국토교통부 리츠정보시스템)
디디아이에스씨1339 위탁관리리츠 (출처: 국토교통부 리츠정보시스템)

 

2) 디디아이에스씨1338 위탁관리리츠
SK디엔디 개발 및 운용, 디엔디인베스트먼트 자산관리, '에피소드 서초 393' 자산을 기초자산으로 설정.

디디아이에스씨1338 위탁관리리츠 (출처: 국토교통부 리츠정보시스템)

 

디디아이에스씨1338 위탁관리리츠 (출처: 국토교통부 리츠정보시스템)

 

디디아이에스씨1338 위탁관리리츠 (출처: 국토교통부 리츠정보시스템)

 

SK디엔디 에피소드 자산별 임대율 현황

 
 우선 내용적으로 그렇게 좋은 상황이라 볼 수는 없다. 임대율 자체는 나름 준수한 것으로 보이나 이는 면적으로 환산한 수치에 해당한다. 80~90% 대의 임대율을 기록하는데 재무적으로는 적자를 면치 못한다면, 이는 렌트 프리 계약이 존재하거나 혹은 임대료 수입의 비중이 큰 호실에서 공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나아가 리츠 기구적 측면에서 살펴봤을 때, 3기가 넘는 기간동안 0%의 실질 배당률을 보인다는 점이 특히 부각된다. 순손실의 누적으로 배당가능 이익은 줄어들고 상승하는 차입 금리로 인해 비용 부담이 점증된다는 점을 살펴본다면, 이는 사업 확장을 위해 시행될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자금 유치의 난관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우려할 수 있다. 7~8기 정도라면 사실 어느 정도 프로젝트가 궤도에 올랐다고 볼 수 있음에도 (개발에 의한 이익이 아닌 운영 이익에 대한 결과가 나와야하는 시기라는 의미), 별도의 신규 자산 편입이나 유의미한 자본 구조 변동 없이 적자가 누적되는 형국은,, 무엇인가 쉽지 않다는 것을 증거한다. 물론 후술하겠지만, 코리빙 BM 자체가 규모의 경제 없이 수익을 낸다는 것이 매우 어렵기에, 몇 개소 되지 않는 사업장의 예시로 모델 자체의 전망 자체를 평가한다는 게 조금 어불성설이긴 하다. 
 다만, SK 디엔디 에피소드의 경우 유동인구가 많고 상업적으로 높은 밀도를 가지는 지역에 우량적으로 입지한 편이다. 에피소드 프로젝트에 포함된 모든 자산들은 직접 매입, 개발 그리고 자회사를 통한 관리가 진행된다. (물론 모든 디엔디 프로젝트가 직접 개발 방식은 아니다만, 일단 예시에 한해서는 해당 부분이 MGRV와의 주요한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다.) 추후 시장 상황의 상승기에 매각을 통한 수익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코리빙"이라는 특수 목적을 염두하고 설계, 시공이 이뤄진 주거 건축물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미래에도 유지될 것이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3) MGRV(맹그로브) 재무제표  

2022년 5기(당기) 매출액 내에는 용역매출 (특수관계자 거래: 이지스네오밸류일반부동산사모투자회사제11호전문 로의 용역매출(매각)) 이 포함되어 있음.
MGRV 감사보고서 (2022.12.31 당기 말 기준) (출처 : 전자공시시스템, 회계감사법인 : 삼도회계법인)
MGRV 감사보고서 (2022.12.31 당기 말 기준) (출처 : 전자공시시스템, 회계감사법인 : 삼도회계법인)

 
 맹그로브, 일단 업계적 관점에서 코리빙 스타트업 중 홈즈 컴퍼니와 함께 단연 선두에 위치한 기업일 것이다. 다만 홈즈의 경우 중개 플랫폼, 개발 소싱 등과 연계되는 일련의 다층제적-기업 내 분업 구조를 마련한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임대형 기숙사와 관련된 법률의 신설, 시장 자체의 양적 성장 등과 맞물려 MGRV는 빠른 성장을 기록한다. 그리고 고무적으로 약 125억원 수준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한 뒤, 업계 최초로 이지스와 2,200억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하게 된다. 코리빙 시장에 있어 비즈니스 모델의 확장성과 트렌드 리더라는 지위를 일부 인정받은 듯 하다. 

 여타 코리빙 시설과 유사하게 시설 사용자를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 디자인, 가구, 인테리어 등 다양한 측면에서 '고급화'를 시도하였고, 사용자의 희망에 따라 호텔식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거, 업무 등 구분없이 시설 운영에 있어 호텔식 서비스를 접목하는 것은 예전에 필자가 작성했던 글에서도 언급된 적이 있다. 참고 요망 !) 주요 교통의 요충지, 상업-업무 시설의 중심지에 위치하며 체육시설, 시네마룸 등 별도의 편의시설을 제공한다. 뭐랄까, 편의성 자체가 아니라 "독점적이고, 고급진 편의성"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일련의 상징을 부여하고자 노력을 많이 하는 듯 하다.

 '독점적인 편의성'의 연장선에서, MGRV의 사업모델에서 필자의 관심을 끌었던 포인트를 논의해보고자 한다. 바로 MGRV는 Exclusive 한 브랜드 벨류 구축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즉, 'Co-Living'이라는 키워드 자체에 대한 대중적인 인식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척하고 정착시키려는 시도를 더한다는 것이다. MGRV가 발표한 IR이나, 웹사이트 혹은 출판물 등 여러 매체들을 통해 확인이 가능한데, 어디서든 'MGRV = 코리빙 = 우리는 펀쿨힙한 얼리어답터 MZ야' 라는 항등식을 부각시키고 있다. 창작예술, 지속가능성, 문화적 포용성 등 여러 트렌디한 가치들과 본인들의 사업모델이 가진 접점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패러다임의 변화(?) 혹은 조금 보수적으로 패러다임의 다각화를 위해 단순히 사업적 수익의 실현이 아닌, "일단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지 않을까?"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듯 하다. 
 

https://mangrove.city/journals/journal=7655/ 출처 : MGRV 저널, '서울 장안에서 음악 좋아하는 청년들은 모두 신촌에 모였죠.'

 
 
 다만, 안타깝게도 필자의 성향은 '모두까기'이다. 
보기 좋고, 듣기 좋다해서 내용이 좋은 것은 아닐 수 있기 때문 ! 
 
 첫째, 공유오피스와 비슷한 맥락에서 '마스터리스'라는 사업모델은 분명 빛과 그림자의 면모를 지닌다. 마스터리스, 어렵게 표현했지만 그냥 전대차와 대동소이하다. 기업의 현금흐름은 어쩔 수 없이 높은 유동성을 보이는 임대료 수입에 의존하게 되고, 이는 시장 사이클 또는 소비 트렌드의 변화에 수익성이 그대로 노출된다는 약점으로 귀결된다. 더군다나 공유오피스와 유사한 맥락으로 초단기 전대차 계약이라는 선택지도 제공되는데, 이는 공실률의 유동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물론 스타트업의 입장에서(패러다임을 이제야 시작하는 입장에서), 아직 제대로 시장에서 인지를 쌓지도 못하는 아이템에 대해 대규모의 CAPEX를 집어 넣고 시작할 수는 없다. 직접 매입 및 개발 형태로 운영한다 해도, (사업 임대료) 운영 수입으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자본 수익 환원이 이뤄진다고 말하기에도 애매하다. 코리빙 시장에서도 조금씩 경쟁과열이 더해지는 느낌이고, 임대료 경쟁으로 출혈이 시작된다면 어떤 식으로 이를 극복할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는 듯 하다. 

 둘째, 기존 임대형 주거 시장에서 파이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인가? 
일단 비싸다. 통상적으로 1년 계약 전제 2~3인실 기준 약 60~70만원부터 시작되며, 1인실은 1년 임대료가 90만원대부터 시작이다. 30대 근로자의 중위소득 수준은 약 연 4,330만원이며, 2~3분위 소득자의 소득 대비 임대료 지출의 비중은 약 30~32% 수준이다. 약 중위 임대료 지출 수준 내에는 포함되나, 더 넓은 평수로 온전히 자신의 공간을 독점할 수 있는 시중의 오피스텔 또는 원투룸과 비교했을 때 진정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것인지는 의문이다. 부대시설이 포함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본인이 원할 때 시설을 사용할 수 있는지 혹은 무료로 사용이 가능한지는,, 두고봐야 볼 일이다. 
 

서울 지역 주거 매매가격 대비 임대료 비중
매매가 대비 월세 환산 임대료 비중 (출처 : 국토교통부, https://brunch.co.kr/@ilichpak/23 )

 

 셋째, 실질 수요의 확장성 그리고 '트렌드의 양면성'.
앞서 언급한 '펀쿨힙' 이미지 구축의 노력이 사실 수요의 확장성에 제약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1인 가구의 증가가 코리빙 트렌드의 등장 배경임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이것이 온전히 20~30대의 전유물이라 볼 수는 없다. 실제로 40~50대 1인가구는 전체 가구 비중의 20%에 육박하고, 2030 세대에 비해 높은 중위소득을 기록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4050 세대와 2030 세대의 차이점은, '정주성' 그리고 '주거에 대한 소유 인식' 에 해당한다. MGRV는 물론 대부분 코리빙 스타트업의 사업 전략은 2030 1인 가구를 겨냥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데, 과연 동일한 맥락으로 4050세대의 주거 지출까지 유혹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힙함, 쿨함, 재화의 공유성, 커뮤니티, 열정과 젊음"이라는 키워드는 양면성을 가진다. 이들이 정주성과 소유의 욕망을 포기하고, 코리빙을 선택하게끔 유도하기 위해서는 일련의 차별성을 두고 접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제안해본다. 

 종합하자면, 아직은 두고봐야 볼 일인 듯 하다. 
분명 업계는 이들을 지켜보고 있고, 가뜩이나 얼어붙은 부동산 금융 시장에서 획기적인 노이즈를 내며 무대 앞으로 나오고 있다는 점도 사실이다. 다만 이것이 진정한 혁신인지, 혹은 소극적인 외관 상 변화인지는 불분명하다. 냉정하게 사업 모델적인 측면에서 바라봤을 때, 기존의 전대차 아이템이나 쉐어하우스 등과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2030 소비 특성의 트렌드를 읽어내고 이를 주도하는 점은 분명 획기적이지만, 그만큼 이들의 트렌드는 금방 식어버릴 수도 있다. Mean-Reversion 현상이 주가나 지수의 흐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만큼, 거대한 대중의 소비 추세나 인식 또한 어느 정도 회귀의 본능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하거나, 신설 법안의 마련에 적극적인 기여를 했다는 측면에서 분명 패러다임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음은 분명하다. 소비자 측면에서도 양극화와 불평등 국면의 틈바구니 속에서 주거의 선택지가 넓어진다는 점은 고무적일 것이다. 당장은 '소유'에서 '소비'로의 주거 시장 패러다임 전환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겠지만, 혁신은 창조가 아닌 자그마한 개선의 누적이라고 했던 가. 어쨋든 부동산적 관점을 떠나, 한 명의 학부생이자 힘 없는 시민의 입장에서 이러한 개선이 실질적인 주거 시장의 형평성과 소비의 편의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새로운 선택의 기준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새로운 선택지로 정착할 수 있다면 이 또한 엄청난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