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상업용 부동산 시장, 새로운 글로벌 금융위기의 뇌관이자 미래 예측의 방향타?

2023. 9. 20. 14:54업계 및 시장 분석

사례가 반복되면 통계적 근거를 가진다? 
전체 대출 잔액 약 5조 6000억 달러, 2025년 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상환금액은 약 1조 5000억 달러. 
금융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도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가 RMBS, MBS 에 기초했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포스트 팬데믹 시대를 바라보는 지금, 세간의 집중은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어마어마한 규모만을 확인해도 위기의 현실화가 가져다 줄 엄청난 여파를 예측할 수 있다. 

"Commercial Real Estate will CRASH even harder than during the (past) Great Financial Crisis"
2023년 8월자 Morgan Stanley 리서치 리포트의 말을 인용해본다. 10년에 달하는 저금리의 황금기는 엄청난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했고, 수많은 PFV 그리고 실물자산을 매입하는 PEF, AMC, 기관, 개인들에게 레버리지의 힘을 선사했다. 이들은 Equity Bar를 낮추는 대신 빈 공간을 선순위 대출과 메자닌으로 채워넣었다. 특히 국내의 GP, 운용사들은 증권사들이 소싱하는 무수히 많은 딜들, 셀다운이 이뤄지는 프로젝트성 상품을 검토하며 엄청난 물량의 클로징이 가능했다. 코비드19 발 제로금리 구간은 이러한 현상에 힘을 더했고, 매각을 통한 엑싯 뿐만 아니라 차환, 담보를 통한 기타 프로젝트의 개시가 결코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인플레와 유동성 리스크를 잡겠다는 연준의 의지는 통념적인 컨센보다 훨씬 확고했던 것 같다. 타 국가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단행된 금리 인상은 시장의 적절한 대처가 제대로 이뤄지는 데 있어 약간의 Time Gap, Tapering Tantrum을 초래하고 말았다. 미국 주요 권역의 오피스 가격은 약 (25%), Multi-Family 임대형 주택 가격은 약 (20%) 수준으로 낙폭을 기록하게 되었고, 평균 공실률은 무려 19%..(참고로 우리나라 GBD, CBD 권역의 평균 공실률은 2.5% 전후를 유지한다)를 보였다. 결국 유동성과 함께 황소의 등을 타고 가던 이들은 엄청난 피를 흘리게 된다. 브룩필드, 블랙스톤 등 엄청난 aum을 자랑하던 운용사는 물론 Nuveen 등 각종 연기금 성격의 기관들까지 위기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EOD, 펀드런 위기가 발생하거나, 혹은 대출 만기의 연장 및 상환에 실패하여 담보자산이 압류당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게 된 것이다. 문제는 한국의 MG새마을 등 저축은행들이 PF 대출에 의해 존망의 기로에 섰다 산소호흡기를 통해 겨우 생명을 유지하는 것과 같이, 미국 또한 이러한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대부분을 State 단위 등 중소 규모의 권역 저축은행(Regional Banks, Savings & Loans)이 떠받치는 구조라는 것이다. 당연히 현재까지도 최악이 아니라는 의견의 지배적이며, 신규대출은 상당수가 '벨브 잠가!'를 시전한 모습이다. (당연한 현상이지 않을까.. 한국 조차 기준금리 3.5%에 다 죽기 직전이라고,, 우량~중소 가리지 않고 신규 브릿지론 전부 다 파이프 끊어진 형국이다.. 미국은 오죽할까 싶기는 하다..)

이러한 위기는 당연히 세계적으로 전염이 되었고, 한국의 투자 혹은 개발 주체들 또한 이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규모의 제약이 존재하는 한국 시장으로부터의 탈피 및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공격적으로 북미의 자산을 편입하던 국내 운용사들이 노출된 것이다. 당장 2024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북미 투자 부동산 펀드의 규모는 약 11조에 육박하고, 북미 시장의 자산에 투자하는 국내 부동산 펀드의 약 70% 정도가 '오피스'를 편입하고 있다. 다만 주요한 Vehicle들의 실정이 그렇게 극단적으로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오피스 시장은 일본과 유사하게 엄청난 호황을 보이고 있고, 국내 시장의 한계에 지쳐 해외로 눈을 돌린 이들에게 역설적으로 국내 시장의 특성이 포트폴리오 자체의 하방을 방어해주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유교 기업 문화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사대부 만만세 !)

 

더욱이 FX 환헷지 정산, 대환대출의 어려움, 자산의 물리적 결함,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 수익자의 비협조 등 여러 문제들이 중첩적으로 발생하고 있기에, 시장의 난항은 지속적으로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어쩌면 프로젝트성, 개발형(국내 운용사들이 집합투자비히클을 통해 해외개발을 행하는 사례는 잘 없다만.) 등 상당한 수준의 Risk-Taking이 이뤄져야 하는 딜들이 아예 멈추는 것은 아닐까 우려가 되기도 한다. Fund-of-Fund(재간접), 리츠 투자, 사모대출투자 등 비전통적 투자 방식으로 시장이 재편될 수도 있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제시할 수도 있을 듯 하다. 


한편, 필자는 이러한 현상 가운데서 재밌는 정치학적-인구통계학적 포인트를 관찰할 수 있었다.

Thereby,, 진정한 뉴 노멀은 근무 형태의 변화가 아닌 근무 장소의 변화를 의미한다..?
우선 북미의 공실률 top 2를 기록하는 도시와 주는 당연하게도 뉴욕과 캘리포니아다. (SF, NY)

Ref. Visual Capitalist

(텍사스 오스틴의 공실률이 높은 것처럼 보이지만, 공실률이 "높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도시가 건축 허가 건수가 가장 높을 수는 없다. 텍사스 오스틴은 2023.Q2 기준 가장 높은 건축 허가 건수를 보인다. : Under Construction) 
모든 매체가 오프라인 근무의 종식을 기정 사실화로 받아들인 의견을 전했지만, 현실은 오프라인 근무의 비효율성만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결국 오프라인 근무는 지속될 것이고, 단순히 원격-하이브리드 근무 형태에 의해 북미의 CRE 시장 자체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해당한다는 관측을 알 수 있다. 
진짜 중요한 것은, 기존의 오피스 시장의 주축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캘리포니아와 뉴욕은 빠른 속도로 인구가 주는 것에 반해, 텍사스와 플로리다, 조지아 등 남부 주들은 인구는 물론 유입 기업의 숫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Do Not California my Texas?) 어쩌면 북미 상업용 부동산의 헤게모니 자체가 동-서로 양분되던 것에서, 중남부로 이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공화당이냐 민주당이냐, 소득세는 얼마냐, 그래서 디즈니는 언제 망하냐 등등 정책 및 정치적 해석은 빼고자 한다. 여기는 금융 블로그이니.... 존경하는 지도 교수님이 논문 작성 중 해주셨던 말씀,, 박사 전까지 글에다 색깔 넣지 마라!.. 충성 충성)

Ref. Fed Reserve Research Report, Dallas, TX (네슈빌, 샬롯, 마이애미, 올란도 등 2010년대에는 순위에 존재하지 않았던 도시들이 랭크되어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정말 재밌는 현상이다. 2008년 동서부의 화이트 컬러 계층은 서브프라임 사태(조지아, 플로리다 주가 사실상 트리거였기에)를 두고 "사촌과 결혼하는 애들이 집을 산다고 돈을 빌려주는 게 문제였다..."라고 말했지만, 15년이 지난 지금은 역설적인 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이미 남동부의 GDP 비중(23.8%)은 북동부의 GDP 비중(22%)를 앞질렀고, 몇몇 연구기관은 이러한 인구 이동이 계속된다면 2040~50년 사이에 텍사스의 인구가 캘리포니아의 그것보다 많아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 : 아니 그래도 뉴욕, LA 상징성이 있지,, 진짜 그런 일이 일어나겠어???)
(70년대까지만 해도 디트로이트는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의 심장과도 같았고, 80년대까지만 해도 애틀랜틱 시티는 북미 최고의 카지노-유흥 도시에 해당했다... 추세를 예측하는 것에 있어 가장 위험한 것은 Anchoring Bias 라고 생각한다..) 


물론 Overall Vacany, Value Loss는 분명 전미적인 현상이겠지만, 분명한 것은 일자리 총량 자체가 어떠한 플로우를 보인다는 점이다. 필자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 자체의 대출잔액, 차환 실패, 일부 사모기구의 채무불이행 선언(..)이 2008년의 위기를 넘어서는 무엇인가를 초래할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부동산 금융 및 이와 연결된 유관 금융 시장의 규제, 구조, 펀더멘탈 자체가 15년 전에 비해 많이 튼튼해졌다는 것도 사실이고, 사실상 대마불사(펀드 몇 개 휘청인다고 회사가 휘청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다만 우리는 현상 자체에 대한 해석 뿐 아니라 현상 너머에서 발현하는 트렌드의 변화를 읽어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상업용 부동산의 '위기'라는 키워드의 후방에서 분명히 발생하고 있는 시장의 변화는 또다른 기회를 의미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