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 30. 15:23ㆍ업계 및 시장 분석
인류의 역사는 실로 감염병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고 말할 수 있다.
봉건체제의 몰락을 초래하고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을 앞당긴 14세기 유럽의 흑사병,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 문명을 무너뜨리고 유럽이 근대적 금융질서를 마련하게 된 계기인 천연두
현대적 방역 체계 마련의 시발점이 되었으며 대공황의 근거가 된 스페인 독감 까지,
인간은 끝없이 전염병의 위협에 맞서 싸우며 스스로를 변모시켜나갔다.
언론에 따르면, 미국 내 코로나19 연관 사망자(기저질환 보유 사망자 포함)가 20세기 스페인 독감에 의한 사망자 숫자를 앞질렀다고 말한다. "전례없는" 사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거시적 경제지표를 넘어, 실물경제 및 각종 소비력 추종 지수 또한 펜데믹 이전으로 회복했다고 보여지나, 약 2년의 펜데믹 기간 동안 전 인류와 지구촌에 남겨진 상처들은 또 한번의 변동을 현대 문명에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필자는 18세기의 산업혁명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백년 간의 역사를 통해 발전되어온 현대 도시의 모습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엄청난 속도의 산업화와 현대화는 전 인류가 자본과 행정, 생산력과 소비력의 집적효과를 맹신하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초집합적 압축도시, 소위 Mass Metropolis들이 등장했다. 이에 더해진 기술 발전과 세계화는 우리네 사회가 보여준 고밀도 우선시 현상 그리고 공공 보건과 안전에 대한 경시 현상에 합리성을 부여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2020년 3월 우리 삶을 강타한 펜데믹과 범세계적 친환경 기조는 이러한 압축도시 예찬론의 부작용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초고밀도와 집적효과에서 비롯되던 부작용들에 대해, 개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이렇듯, 향후 전세계의 거대도시들의 그리고 한국의 대도시들이 어떤 방향성을 보이며 변화할지에 대한 얕은 예측을 제시한다.
첫 번째, 산업 구조 및 시장 개편으로 인한 도시 기능 분화(약화) 현상
대표적인 예로 금융 시장과 금융 허브의 기능을 다하는 도시들이 해당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금융 산업은 각종 기업과 거래소들이 집합적으로 모여 모종의 '섹터'를 형성, 자본의 초집적 효과를 산출해냈다.
허나 갈수록 발전하는 통신 및 지식 기술은 이러한 지리적 집합 효과를 희미하게 만든다. 언제 어디서든, 트레이드 망에 접속할 수 있고, 모든 주문을 할 수 있으며, 축적 데이터를 압도적인 속도로 사용하는 AI는 기존의 인력들을 조금씩 대체하고 있다.
펜데믹은 이러한 변화 기조에 가속도를 더하는 존재가 되었다. 수백개의 오피스들과 수천명의 애널리스트, 트레이더, 운용사, 행원들이 모여있는 각 도시의 밀도와 부작용을 지적하는 것이다.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2692886629244736&mediaCodeNo=257 (관련 기사)
뉴욕, 도쿄, 홍콩, 런던 그리고 서울의 여의도와 같이 이러한 세계적 금융 허브는 따라서, 점진적인 기능의 분화 혹은 약화 현상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는 그리고, 금융 산업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과 인력의 대체가 가능한 산업군의 집적 기능을 담당하는 도시라면, 어디가 되든 동일한 변화를 겪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두 번째, 부동산 용도와 이용 변화로 인한 부동산 자산 시장 개편
기존의 고밀도 집합 근무 시스템은 방역 체계에 의한 공적 규제로 인해, 이전과 같은 효율을 내지 못한다.
더불어 기술발전과 재택근무체계의 정착은 부동산 시장 내 수요 그리고 공급을 변동시키기 시작했다.
실제로, 펜데믹 이후 서울과 전국 각지의 상업용 오피스 건물과 상가의 공실률은 급등했다.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2968406632194440&mediaCodeNo=257 (한국부동산원 보도자료)
관광객 등 유동적 소비층을 가지던 일반 상가들과, 수천 명에 달하는 임직원들의 근무처가 되던 오피스들이 이러한 펜데믹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반면, 하이브리드 근무제(재택근무 + 출퇴근제 혼용)를 택하면서 수요를 방어해낸 중소형 오피스들의 경우 바이러스에도 불구, 공실률이 안정적이다. 엔데믹으로의 전환이 가시화되는 현 시점, 오피스의 수요는 조금씩 회복하고 있는 반면 상가 건물은 그 수요가 아직도 침체에 빠져있다. 필자는 코로나 이후의 도시 내 부동산 공간 이용 변화는 이러한 추세를 따라갈 것이라 본다.
대규모 상업용 부동산(대규모 오피스 등)은 신규 공급 보다는 공간의 공유 혹은 용도 다변화를 통한 수익성 추구를 도모할 것이며,
비교적 안정성이 높은 중소형 오피스는 수요의 꾸준한 증가가 예상된다.
반면 펜데믹으로 인해 가라앉은 일반 상가에 대한 단기적 수요와 공급은 쉽사리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언택트 소비 및 이커머스 수요 폭증으로 도심지 근교 및 교통 허브 지역에 대한 부동산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이는 물류기지 및 물류센터, 경기소비재와 내구소비재의 창고형 판매기지의 수요 증가에 의해 견인되어질 것이다.
결국, 초고밀도를 보이는 도심지 내부의 부동산 시장은 자본의 유입에 대한 장애물을 극복해야할 것이며, 이는 기존 부동산의 용도 다변화 및 용도 희석 등을 초래할 것이다.
세 번째, 공공 인프라 개편과 도심 녹화 및 녹색도시론 부각
압축도시의 부작용에 대한 비판론이 거세지고 있다. 관련 논문*에 의하면, 소득 수준이 낮아 보건 인프라 및 도심 녹지가 부족하며 밀도가 높은 지역구의 확진자 발생률이 동일 도시 내 타 지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저소득의 인구가 고밀도로 모여사는 지역구와, 도심지 사이를 연결해주는 공공 교통망 체계에 대한 위험도 강조 또한 이와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실제로 빽빽한 대중 교통망과 혼잡한 도심을 뒤로 하고 교외로 빠져나가려는 인구에 의한 근교 지역 주택 수요는 펜데믹 이후 엄청난 수준으로 급등했다. https://www.nytimes.com/2020/08/18/nyregion/nyc-vacant-apartments.html
복잡한 교통망과 밀도에 대한 저소득층 및 중산층 인구의 기피 현상은 오히려 도보와 자전거 이용을 촉진시켰기에, 도로망과 대중교통망을 축소하는 대신 도보 확장 및 자전거와 공유형 퍼스널 미니멀 모빌리티에 대한 공간, 법안 마련이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는 도심 녹화 현상과도 기조가 맞물릴 것이다. 도심 내 이동 인구의 감소는, 기존의 도로망과 주차공간 및 대중교통 수요 또한 떨어뜨릴 것이며, 또한 저탄소와 친환경을 추구하는 정책기조는 신규 산업군(탄소발생)의 유입을 막고 기존 산업군의 교외 유출을 가속화할 것이다. 이는 도심 속의 잉여 공간의 창출을 유도할 것이다. 새롭게 공급된 잉여 공간은 곧 도심 녹지 및 각종 공공재 용도로 사용될 것이다.
네 번째, 수도권 편중 현상에 대한 정부의 개입책 변화
한국은 엽기적인 수준의 수도권 편중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전체 인구의 50.2%가 즉, 과반수가 수도권에 거주하며, 100대 기업 본사 중 91개의 기업이 수도권에 본사를 두고 있다. 당연히 재화의 생산 및 소비 또한 기행적으로 수도권에 몰려있다.
수십년에 걸친 한국 정부의 지방 균형발전 전략에도 불구, 수도권은 건실하게 인구가 유입되고 있으며 지방은 빠른 속도로 소멸되고 있다.
펜데믹은 이러한 수도권 편중현상에 어떤 영향을 줬을까? 놀랍게도,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엄청난 인구 밀도를 보여주며, 작성일 현재 2022.1.30 기준, 전체 확진자의 70~80% 남짓이 수도권에서 발생되는 데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간 서울 및 수도권은 꾸준히 편중이 계속되었다. 이러한 기조에 대해 현실은 냉정한 선례를 보였다.
2020년 3월 당시, 대구는 국내 코로나 확산의 시작점으로 엄청난 속도와 숫자의 확진세를 보였다. 인구 250만명 남짓의 광역시에도 불구, 당시 지역 내 의료 체계와 공공 보건 시스템은 붕괴 직전의 상황에 내몰렸다. 응급환자는 치료를 받지 못해 4시간을 달려 인천으로 향했고, 전국에서 간호 인력이 공급되었어야만 체계가 유지되는 시점이였다. 전국에서 4번째로 큰 대도시의 의료 시스템이 붕괴를 목전에 두는 것은 실로 거대한 충격이였다. 코로나 보다 더한 상황이 닥친 다면 수도권 외 지방의 공공 인프라 체계가 버티질 못할 것이라는 것을, 미리 암시하는 모습이였다. 이를 견주어 바라보았을때 정부의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개입책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하게 된다.
Manhattan Vacancy Rate Climbs, and Rents Drop 10% (Published 2020)
There were more than 67,300 units available in July across the city as it tries to rebound from the coronavirus outbreak.
www.nytimes.com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5660365 (2020.2월 기준,, 대구의 지방권역의료체계 붕괴)
정부는 더욱 강도높은 균형 발전 정책을 제시할 것이다.
수도권 편중화 현상이 지속된다면, 펜데믹에 버금가는 혹은 더한 국가적 비상 사태에 한국 경제는 물론 국가 자체의 운명이 취약하게 놓일 것이기 때문이다. 밀도와 상관성이 높은 전염병이 한국 사회에 던지는 아주 중요한 경고인 셈이다.
현재까지의 공공기관 이전 및 클러스터 조성, 지방 교부금 증가 보다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정책이 등장 할 것이라 본다.
공공기관을 넘어 민간 기업의 이전 또한 진행 될 것이고, 공공인재의 채용에 더 유리한 이점을 더하며, 정부 주도의 지방 지역 징세 체계의 변동 등이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 질 것이다. 지금까지와는 비교불가한 정도의 정부 개입을 통한 수요 창출은, 수도권 및 서울과 엄청난 격차를 보이는 지방 도시의 부동산 및 도시 공간에 대한 수요 회복 그리고 시장 안정화를 유도해낼 것이라 본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와 사회를 바라보았을 때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 생각되어진다.
*참고 논문 및 문헌
<밀도와 안전의 공존 가능성: 코로나19 시대, 공간계획의 변화 방향 예측> (저자: 이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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